클라이밍 인물&이야기

[올림픽 특집, 스포츠클라이밍] 조선시대에도 클라이밍을? 클라이밍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 까지

클라이밍에 대한 모든 것 2022. 3. 22.

스포츠 클라이밍의 발자취

오늘날 스포츠 클라이밍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클라이밍을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서울에서 신규 오픈하는 클라이밍 장수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더 클라임 신림점이 오픈하면서 이제 더클라임은 6개의 지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더클라임 신림점 전경 사진
더클라임 신림점

 

소수의 등반가만이 즐기는 마이너한 스포츠였던 클라이밍은 이제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데뷔한 스포츠 클라이밍은 2021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그 존재를 알렸습니다. 그리고 2022년 아시아게임, 2024 파리올림픽,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경기가 치러질 예정입니다.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에 클라이밍이 채택된 사진
2024년 파리올림픽 클라이밍 정식종목

 

어떻게 스포츠클라이밍은 지금의 모습을 띄게 된 것일까요? 생존을 위한 암벽등반에서 스포츠가 되기까지, 스포츠클라이밍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초의 기록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암벽등반은 1492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남쪽으로 300m 떨어진 Mont aiguille지역의 암벽 mont inaccessilbe 등반입니다. 공학자였던 앙투안 드 빌은 왕의 명령에 따라 전쟁에서 성을 포위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을 사용하여 암벽을 등반하였습니다.   

mont inaccessilbe 암벽산 전경을 보여주는 사진
mont inaccessilbe 암벽

 

우리나라 역사에도 암벽등반의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18세기 말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금강산도십곡병품의 일부인 도암도’에 사람들이 금강산 비로봉을 줄을 잡고 오르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암벽 꼭대기에는 먼저 올라간 사람들, 술병과 안주그릇, 밧줄에 매듭이 있는 모습, 나무뿌리에 밧줄을 확보한 모습, 사람들이 줄지어 등반 하는 모습이 담겨져있습니다.

조선시대 암벽등반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조선시대 암벽등반

 

 

몽블랑 초등

근대 등반은 1786년 작 팔마와 파카르의 프랑스 몽블랑 등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전쟁 이나 사냥과 같은 생존의 이유가 아닌, 단지 정상에 오를 목적으로 산에 오른 최초의 등반입니다.

 

그들의 등반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알프스 산맥을 정복의 대상으로 바꾼 계기가 되었습니다.

등반성공소식이 유럽 전지역에 퍼졌고 알프스 산맥을 정복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몽블랑을 등반하는 작 팔마와 파카르의 모습
작 팔마와 파카르의 몽블랑 초등

 

 

알파니즘 황금시대

산업 혁명으로 돈이 넘쳤던 영국에서 대규모 원정팀을 꾸려 알프스 고산에 도전하는 것이 유행처럼 퍼지면서 알프스 등반은 황금시대를 맞게 됩니다. 1840년부터 65년까지, 약 25년 동안 4000미터 이상 고봉 60개를 포함한 149개의 모든 알프스 봉우리를 완등합니다. 

마테호른의 전경을 보여주는 사진

 

이런 흐름에 맞춰 등반 장비도 큰 발전을 이룹니다. 지팡이 머리에 도끼를 결합한 피켈이 처음 등장했고, 신발에 쇠발톱을 연결한 아이젠이 개발되었습니다. 등반 시, 안전을 담당하는 카라비너와 피톤이 발명되면서 산악인들의 활동영역은 비약적으로 넓어졌습니다.

아이젠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머메리즘

오늘날 현대 등반이 추구하는 가치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보다 어려운 방식'으로 오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상' 이라는 결과보다 그곳에 이르는 ‘과정’을 더욱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등반에서는 ‘머메리즘’이라 합니다.

 

머메리즘의 창시자, 앨버트 프레드릭 머메리가 추구했던 것은 'more difficult variation route', 더 어려운 루트에 의한 새로운 등반 입니다.

앨버트 프레드릭 머메리의 모습

 

머메리는 윔터가 초등한 마테호른의 회른리 능선이 아닌, 더 어려운 푸르겐, 츠무트 능선으로 마테호른을 등반했습니다. 이 등반은 안전하고 쉬운 루트를 통해 정상에 오르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던 당시의 페러다임을 흔들어놓았고, 등반의 가치를 새롭게 재정의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테호른의 푸르겐 능선과 츠무트 능선의 모습

 

오늘날 암벽등반도 머메리즘을 기반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같은 바위를 오르더라도 어떻게 오르냐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고 등반이 주는 재미도 달라지는데, 이는 메머리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죠.

 

 

 

볼더링의 탄생

오늘날 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즐기고 있는 볼더링은 알프스 산이 개척되던 18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알프스를 오르기 위한 트레이닝으로 사용되었던 볼더링은 19세기 후반 프랑스 퐁텐블로(Fontainbleau)를 시작으로 영국, 이탈리아로 퍼져나갔습니다. 이 시기에 볼더링(bouldering), 문제(problem) 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1892년에는 히말라야 카라코룸산맥의 아스콜(Askole)에서 비공식적이지만 최초의 볼더링대회를 개최하며 등반가들의 등반능력을 겨루기도 했습니다. 

초기 볼더링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암벽화의 개발

1930년대, 프랑스의 피에르 앨랭은 지금 우리가 신는 암벽화와 같이 바닥이 평평한 모양의 암벽화를 처음 고안했습니다. 이후 특수 고무 밑창 암벽화를 개발하면서 유럽 전역에 볼더링을 전파하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암벽화의 발전으로 역동적인 동작이 가능하게 되면서 볼더링은 고산 정복을 위한 훈련에서 볼더링 그 자체로 인기를 얻게 됩니다. 

초기 암벽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초기 암벽화

 

 

 

볼더링의 아버지, 존길

1950년대 볼더링의 아버지, 미국의 존 길에 의해 볼더링은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존 길은 요세미티 빅월 등반이 유행이었던 당시, 작은 바위에서 다이나믹한 동작으로 볼더링을 하거나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데 집중했습니다. 

존 길 사진
존 길 (John Gill)

 

체조선수 출신이었던 존길은 볼더링을 더 잘하기 위해 체조에서 사용되던 초크를 클라이밍에 도입했고, 체조 트레이닝을 클라이밍에 접목했습니다. 존 길은 190cm 장신임에도 프론트 레버, 원암 프론트 레버, 원암 풀업 등이 가능했으며, 동시대 클라이머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이후 많은 클라이머가 존 길의 트레이닝법을 토대로 트레이닝법을 더욱 발전시켰고, 고난이도 볼더링 시대를 열게 됩니다. 

존 길이 원암 프론트 레버를 하고 있는 사진
존 길의 원암 프론트 레버

 

 

 

인공암벽의 등장

최초의 인공 암벽장은 1939년 미국 Clark shurman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의 암석을 모아 20피트 높이의 암벽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죽은 후,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기념하여 암벽장 이름을 shurman rock이라 지었고,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현재 등반 수업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Shurman Rock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Shurman Rock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의 인공암벽장은 1964년 영국 리즈대학 체육강사였던 Don Robinson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대학 복도벽에 암벽조각을 붙여 암벽장을 만들었고 클라이머들의 훈련공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수직각도에 단순한 벽이었지만 발 기술과 손가락 근력을 훈련하는데 적합했습니다.

리즈대학 인공암벽장의 모습
리즈대학 인공암벽장

 

폭 5m, 높이 4m의 '살레와 월'은 1988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암벽장입니다. 육각형 블럭 모양의 홀드가 45개 이상 있었으며, 5.12급 등반훈련이 가능하도록 세팅되었습니다. 당시 클라이머들의 훈련장으로 사용되었으며 인기가 많았습니다.

한국 최초의 인공암벽장의 모습
살레와 월

 


스포츠클라이밍 경기

최초의 스포츠 클라이밍 경기는 1947년 소련 코카서스 서부의 돔바이 자연암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정상까지 빨리 오르는 사람이 승리하는 속도 경기였으며 탑로핑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985년에는 첫번째 스포츠 클라이밍 난이도 경기가 이탈리아에서 열렸습니다. 'sportoccia'라 불린 이 대회는 자연 암벽에서 진행되었으며 당대 최고의 클라이머들이 참가해 많은 관중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1986년에는 국제산악연맹이 등반 경기들을 통합하여 규격화했고, 이때부터 스포츠 클라이밍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한 선수가 리드 등반을 하고 있는 사진
sportoccia 경기

 

 

 

우리나라의 스포츠클라이밍 경기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연 암벽에서 클라이밍 대회를 열다가 1990년부터는 인공 암벽장에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클라이밍은 큰 인기를 끌게 되었고 매년 국내외에서 스포츠클라이밍 경기가 치러지고 있습니다. 

최초의 한국 인공암벽대회의 사진

 

특히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을 시작으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정식종목으로 데뷔하였습니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년 파리 올림픽,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고 경기가 치러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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