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 인물&이야기

야외 볼더링을 가려고 합니다. 실내보다 더 어려운가요?

클라이밍에 대한 모든 것 2022. 4. 8.

자연 vs 실내

볼더링은 정말 재밌습니다. 재미뿐 아니라 어깨, 등, 코어 등 근력 발달에도 좋습니다. 볼더링은 실내암장 뿐 아니라 야외, 자연 속 바위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둘다 다른 매력으로 정말 재밌지만 실내보다 야외가 훨씬 어렵게 느껴집니다.

 

저는 실내 암장에서 책정된 그레이드로는 v6를 하는거 같은데, 실제 야외에 나와 바위에 붙으면 v3도 너무 어렵습니다. 왜 그런가요?

 

자연바위에서 볼더링하는 사진

 

자연 바위

야외 볼더링은 실내 볼더링 보다 훨씬 더 거칠고 불친절합니다. 실내 암장의 세터들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클라이밍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세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큼직한 볼륨을 발홀드로 주고, 잡기 쉬운 손 홀드로 문제를 구성합니다. 손과 발의 아픔을 넘어서는 클라이밍의 재미를 느끼게끔 환경을 만듭니다.

 

하지만 자연은 바위의 질감, 홀드의 크기, 등반 스타일, 날씨의 영향, 랜딩 등 모든 것이 클라이머에게 맞춰져 있지 않습니다. 바위 자체가 등반을 하는 클라이머 맞춤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한 클라이머가 자연바위를 오르고 있는 사진

 

그레이드표

자연 바위의 그레이드와 실내 암장의 그레이드를 비교한 표입니다. 그레이드가 높아질수록 자연과 실내의 그레이드 차이는 많이 나지 않지만, 낮은 그레이드에서는 굉장히 큰 차이를 보입니다.

 

야외에서 V0가 실내에서 V4까지 커버하며 야외 V2가 실내 V5까지 커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야외를 나가면 실내에서처럼 야외에서도 잘할거라 생각했지만 낮은 그레이드의 문제도 너무 어려워 낙담하는 경우가 생기죠. 어떤 차이점이 있기에 야외 볼더링이 더 어려운 걸까요?

실내 vs 야외 그레이드를 비교한 표

 

 

차이점 1. 바위의 그립

실내와 다르게 야외에서는 바위의 재질에 따라 그립감이 다릅니다. 실내암장의 홀드와 가장 비슷한 바위 재질은 석회암(limestone)인데, 세계 여러 곳에 널리 퍼져있는 평범한 바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바위 재질은 화강암인데, 화강암은 딱딱하고 날카로워 홀드를 잡으면 아프고 바위의 마찰도 훨씬 좋기 때문에 피부가 빨리 많이 상합니다. 때문에 바위에서 클라이밍하다보면 힘은 남아있는데, 바위에 베이거나 피부가 너무 따가워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바위의 질감을 표현한 사진

 

차이점 2. 등반스타일

실내에서 자주 접하는 파쿠르 스타일의 코디네이션이나 다이노는 야외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실내에서는 홀드를 놓치더라도 매트가 잘 깔려있기 때문에 매트가 잘 깔려있기 때문에 괜찮은데, 야외에서는 랜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실내와 똑같은 방식으로 몸을 날리면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야외는 크림프 홀드가 많고 발 홀드도 좋지 않기 때문에 정적인 동작으로 문제를 푸는 경우가 많습니다. 홀드를 정확하게 그립하고 정확하게 디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섬세함이 더 요구됩니다. 또 실내처럼 같은색 홀드로 루트를 명확히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손, 발 홀드가 어디에 있는지 등반 루트는 어디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합니다.

한 클라이머가 자연바위에서 런지를 하고 있는 사진

 

차이점 3. 랜딩

자연에서는 랜딩이 정말 중요합니다. 실내암장에서는 매트가 밑에 항상 깔려있기 때문에 낙법만 잘하면 떨어질 때 부상은 거의 없습니다. 실내암장에서는 누적된 피로에 의해 손가락 부상, 손목 부상, 팔꿈치 부상을 주로 당하지만 자연에서는 잘 못 떨어져 크게 다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땅이 평지가 아닌 곳이 대부분이며 볼더링 패드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잘 못 떨어지면 발목을 삐거나 자칫 굴러서 바위 모서리에 부딪히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랜딩이 불안정한 자연바위 볼더링의 모습

 

그래서 바위를 오를 때는 실내보다 추락에 대한 공포가 더 심합니다. 공포는 몸과 머리를 굳게 만들어 무브가 불안정해집니다.  때문에 자연을 갈 때는 스팟을 보는 사람이 꼭 필요합니다. 특히 자연에 익숙하지 않은 클라이머라면 경험이 많고 스팟을 잘 보는 경험자랑 같이 가서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차이점 4. 날씨

실내는 에어컨, 히터 등으로 사계절 내내 일정한 환경에서 등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경우,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너무 더워 손에 땀이 많이 나거나, 비가 와서 바위에 습기가 차있거나, 또는 바위에 햇빛이 직접적으로 비춰 뜨거워지면 바위의 그립감이 좋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에는 몸이 굳어 워밍업이 문제고, 더운 여름에는 벌레와 더위와 싸우느라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가진 봄 가을이 자연 등반하기에 가장 좋습니다. 

 

 

차이점 5. 신발

플라스틱 홀드보다 바위 홀드는 더 단단하고 날카롭습니다. 때문에 고무가 부드럽고 유연한 암벽화는 바위에 몇번만 나가면 고무가 너덜너덜해지기 때문에 고무가 두껍고 뻣뻣한 신발이 신는 것이 좋습니다. 또 야외에서는 힐훅보다 엣징 동작의 빈도가 높고 홀드 또한 작아 엣징성능이 좋은 암벽화가 유리합니다. 

자연바위에 적합한 암벽화의 모습

 

 

마무리

이런 차이점들 때문에 야외 볼더링이 실내보다 어렵습니다. 하지만 야외 볼더링은 한번 빠지면 정말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매력적입니다.  실내 볼더링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한둘이 아니기에 시즌만 되면 감자바위, 내원사, 진안에는 사람이 넘쳐납니다. 야외와 실내의 등반 환경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야외에 나가다보면 재미를 넘어선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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